시리해리엇1 쓰고 몇시간 후에 미안해져서 플롯 바꿔봤던 글. 대부좀 잘살게해주고싶어서 엄청 편애돋습니다.
마법사 전쟁은 종결되었다. 볼드모트는 죽었고, 해리엇 포터는 마법사 세계의 프린세스에서 마법사 세계를 구한 영웅이 되었다. 물론, 유명해진 건 해리엇 뿐만은 아니었다.
시리우스 블랙은 불사조 기사단의 도움과 유창한 언변으로 재판장에서 훌륭하게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냈다. 엄숙한 재판장에서 치밀한 추궁을 시리우스 블랙이 장난스럽게 받아칠 때마다 배심원석에서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그동안의 불사조 기사단 활동, 특히 마지막 전투에서 세운 공이 인정되어 멀린 훈장까지 받게 되었다. 탈옥수에서 멀린 훈장을 받기까지의 극적인 인생사가 기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해리엇에게 언론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은 시리우스는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하고 대신 자서전을 집필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특정 인물들을 기술할 때마다 문체가 급격하게 험악해지긴 했지만 그동안 선입견의 해악에 대해 깨달은 바도 있고 해리엇의 만류도 있고 해서 그럭저럭 자제할 수 있었다. 추격이 끝나 심리적 안정을 얻으면서 원래 잘생긴 얼굴이 돌아오고, 날카로운 유머까지 더해져 그는 예전의 록허트 붐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시리우스 블랙을 두려워하던 호그와트 학부형들은 자랑하듯 그와 조우한 이야기, 가령 - 내가 호그스미드에서 호박주스를 마시다가 테이블에서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보았단다 - 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해리엇!"
해리엇 포터는 활짝 웃으며 걸어오는 자신의 대부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 대부. 지금까지 숨어 지냈고, 나에 대한 근심이 가득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꼬치꼬치 안부를 묻던 대부. 이제는 깔끔한 얼굴에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고 자기 일로 바쁜 대부. 잘생긴 얼굴이 낯익으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 인기 때문에 서운해하던 론을 탓할 게 아니구나.'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에 해리엇은 한숨을 푸우 내쉬었다. 5년 전, 시리우스가 모든 혐의를 벗으면 같이 살기로 했던 기억이 생생하고, 당연히 그 날만을 기다려 왔는데 이제 시리우스는 저 많은 여자들 중 하나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것만 같았다.
'뭐, 잘 된 일이야. 시리우스도 이제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지.'
"장관한테 훈장을 받고 오는 길이야. 이제 모든 마법부 규제가 풀려서 오늘부터 모든 권리를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단다. 그린고트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그런데 무슨 일이 있니? 이 대부가 혐의를 벗은 게 기쁘지 않나 보구나?"
시리우스가 부러 얼굴을 꾹꾹 누르며 장난스럽게 키득대도 해리엇의 우울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제가 어떻게 기뻐하겠어요? 제가 순순히 웜테일을 디멘터에게 넘겼다면 시리우스는 이미 5년 전에 자유의 몸이었다구요. 그렇게 싫어하는 그리몰드 가에 갇힐 필요도 없었구요, 크리처나 교수님께 괴롭힘 당할 필요도 없었어요. 다 제 탓인데, 제가 어떻게 감히...."
말을 더 이을 수가 없었다. 시리우스가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어 막았기 때문이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렴, 해리엇. 웜테일을 살려둔 덕분에 네가 위기에서 목숨을 구했잖아? 만약 네가 죽는다면 내가 몇 년 일찍 죄를 벗는다 해도 무슨 소용이겠니? 네가 죽었는데 내가 혼자 자유를 찾아 무엇하겠어..."
설마, 아직 기억하고 있나?
"시리우스."
갑자기 일렁이는 희망에 해리엇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 때, 시리우스가 자유의 몸이 되면 우리 같이 살기로 했던 거 기억해요?"
시리우스가 움찔하더니 멋쩍게 웃기 시작했다. 해리엇은 뒷머리를 피브스가 세게 잡아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뭐지, 저 반응은?
"그 때는 네가 어렸잖니. 이제 너도 좋은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어야 하지 않겠어?? 아, 혹시나 해서 말인데 말포이 녀석은 절대 만나지 말고, 꼭 상대는 이 대부한테 데려와서......."
"시끄러워요!"
꽉 진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물이 고일 것 같아 안경을 써서 다행이라고 해리엇은 생각했다.
"나는 그 때부터 5년 넘게 그 말을 믿고 있었어요! 우리는 가족이라고! 시리우스가 자유의 몸이 되기만 하면, 같이 살 거라고! 그런데 시리우스는 전혀 진지하지 않았던 거네요? 내가 어린애라고 무시했던 거야??"
"해리엇, 대체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내가 절대 널 무시하지 않았다는 거 알잖아....."
"유유상종이라더니 루핀 교수님이랑 하는 짓이 똑같잖아!"
머릿속이 새빨갛게 되어 그 말을 뱉어내고, 머리를 식힌 후 해리엇이 그게 얼마나 직설적인 비유였는지 깨닫는 데에는 몇 초의 시간이 걸렸다. 머리 대신에 얼굴이 빨개지는 데에는 일 초도 걸리지 않았다. 시리우스의 얼굴도 덩달아 빨개졌다.
"...........해리엇?"
그리고 멍청하게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는데 막 생긴 시리우스의 팬클럽이 목격하면 회원이 절반으로 떨어져 나갈 그런 모습이었다.
"나는......... 리무스가 아냐...... 그러니까, 그 그 녀석은 늑대잖아......... 그러니까 난 결코 널 결혼도 안 한 채로 막 다루............ 무슨 말을 하는거지 지금! 해, 해리엇! 듣고 있었어? 듣고 있었겠지! 미 미안하다 나나나중에 보자..."
엉금엉금 뒤돌아 서는 꼴이 금방이라도 꽁무니를 빼려는 기세다. 다급히 돌아가려는 시리우스의 허리에, 작은 손이 닿아 왔다. 옷깃이 잡히자 얼이 나가 있던 시리우스는 우스꽝스럽게 우당탕 넘어지고 말았다. 당황해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올려다보는 시리우스의 얼굴에 해리엇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녀가 무릎을 꿇고, 한 손에는 안경을 들고, 한 손으로는 맑은 녹색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런 말을 해놓고............ 그냥 갈 셈이에요?"
시리우스 블랙은 지금 뇌폭발로 이 자리에서 생을 마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날 더이상 부끄럽게 하지 말아요."
바닥에 누워 있는 허리에 작은 손이 닿고, 팔뚝이 감기고, 봉긋한 가슴이............... 무엇보다, 계속 울고 있는 그 눈동자가 있었다. 패드풋은 본능적으로 일단 울음을 그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얼굴을 포개고 거칠게 입술을 유린하자 확실한 효과가 나타났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해리엇?"
자기가 유혹해 놓고 자기가 벙찐 해리엇에게 시리우스가 대부답지 않게 낯선 새까만 눈으로 물었다.
"난 늑대는 아니지만..............."
블라우스와 가슴팍이 제멋대로 풀어헤쳐졌다.
"개거든."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지만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곧 애니마구스가 본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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